어른이 처음이야 (위수)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자라다의 사전적 의미는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점점 커지다.
또는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다. 점점 높아지거나 나아지다.
다의 사전적 의미는 남거나 빠짐이 없이 모두,
어떤 상황이나 동작이 완료되는 상태에 이르렀음.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남거나 빠짐이 없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
또는 점점 높아지거나 나아진 사람.
아주 어렸을 때 나에게 어른의 정의는 껌으로 풍선을 불 수 있는 사람. 커피를 먹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 늦게 자도 되는 사람.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 하고 싶은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컸을 무렵은 학교를 안가도 되는 사람. 공부를 안해도 되는 사람. 자기가 돈을 벌어 사고 싶은걸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어른이란 범위내 정착하자 나는 어른은 어린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사람. 꿈을 이뤘거나 이루지 못한 두부류로 나뉘어진 사람이었다.
마흔을 넘어 지금 어른이란 커다란 무엇 앞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다. 몸 하나는 어른 그래 어른.
근데 마음과 정신, 남거나 빠짐없이부터 막힌다. 남는건 없고 부족함 투성이며, 빠짐없이가 아니라 코가 빠진거 투성이다. 어떤 환경에서 성장도 어려운 일, 점점 높아지는건 물가? 나아지다 곁에 자신있게 둘 수 있는건 찾기 힘들다.
그럼 나는 어른이 아니다. 아니 어른이 되지 못했다.
조카 둘이 축구를 일주일에 한 번 배운다. 작고 다무진 여자선생님이다. 한 1년만에 보았을까. 굉장히 말라서 어디가 아프신가 하고 물었더니 일이 바빠서 살이 빠졌다라고 하셨다.
이십대 정도 될까. 3년을 365일 일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 3년은 일주일에 딱 한번씩은 쉬었다고 했다. 그렇게 6년.
그걸 회상하다 자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래도 그 경험덕에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서 헛수고는 아니었다라고 말을 하더라.
어른이다. 마음에서 툭 뱉어진 말. 어른이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분명 어른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며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2일은 쉴거라고 했다. 그 쉼은 일을 하지 않고 놀다가 아니라 국가시험을 준비하는데 쏟아낼 것이고, 나머지는 일을 할거라고 했다. 힘들긴 해도 분명 그걸 이기면 뭔가는 남는거라며 조카들에게 말하는 그 여자선생님은 분명 어른이었다.
집에 와서 종일 그 나이어린 어른을 만나 나이만 어른인 나는 멍하니 내시간을 더듬거렸다. 분명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매듭을 하나하나 매지 못하고 매듭앞에서 놓아버린게 많더라.
그래서 누구보다 못지 않던 내 수고로움과 노력이 스스로에게도 인정받지 못한건 아닐까.
2024년 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렇게 꼬박 1년을 나이만 어른인 난 백수의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말았다. 분명 계획은 있지만 야무지게 매듭을 지어나갈 깡은 과연 있는걸까. 아니 있어야 하는데.
바라는 매듭의 모양과 색은 있는데 그 매듭 매듭을 야무지게 만들어갈 깡이 없다니.
제법 추운 겨울밤을, 거센 추위와 눈이 예보된 전날,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그날.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 또로록 흘러 보내며, 난 해낼거야. 해낼 수 있어. 큰소리 치던 어린 내가 되어 나에게 말했다.
올해 난 어른으로서 첫해를 맞이해야지. 어른이 되어야지. 처음인 어른이 되어야지.
빠짐없이 촘촘하게 나를 채워야지. 그리고 이번엔 내가 원하는 색과 모양의 매듭을 꼭 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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