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철학N취향음악

위수 어른이 처음이야

kind-blossom 2025. 2. 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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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처음이야 (위수)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다 자란 사람.
 
자라다의 사전적 의미는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점점 커지다.
또는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다.  점점 높아지거나 나아지다. 
 
의 사전적 의미는 남거나 빠짐이 없이 모두,
어떤 상황이나 동작이 완료되는 상태에 이르렀음.

 

어른의 사전적 의미는 남거나 빠짐이 없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
또는 점점 높아지거나 나아진 사람.

 
 
아주 어렸을 때 나에게 어른의 정의는 껌으로 풍선을 불 수 있는 사람. 커피를 먹는 사람. 화장을 하는 사람.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 늦게 자도 되는 사람.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 하고 싶은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컸을 무렵은 학교를 안가도 되는 사람. 공부를 안해도 되는 사람. 자기가 돈을 벌어 사고 싶은걸 다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어른이란 범위내 정착하자 나는 어른은 어린 사람들을 부러워 하는 사람. 꿈을 이뤘거나 이루지 못한 두부류로 나뉘어진 사람이었다.
 
마흔을 넘어 지금 어른이란 커다란 무엇 앞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하다. 몸 하나는 어른 그래 어른.
근데 마음과 정신, 남거나 빠짐없이부터 막힌다. 남는건 없고 부족함 투성이며, 빠짐없이가 아니라 코가 빠진거 투성이다. 어떤 환경에서 성장도 어려운 일, 점점 높아지는건 물가? 나아지다 곁에 자신있게 둘 수 있는건 찾기 힘들다.
 
그럼 나는 어른이 아니다. 아니 어른이 되지 못했다. 
 
조카 둘이 축구를 일주일에 한 번 배운다. 작고 다무진 여자선생님이다. 한 1년만에 보았을까. 굉장히 말라서 어디가 아프신가 하고 물었더니 일이 바빠서 살이 빠졌다라고 하셨다.
이십대 정도 될까. 3년을 365일 일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또 3년은 일주일에 딱 한번씩은 쉬었다고 했다. 그렇게 6년.
그걸 회상하다 자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래도 그 경험덕에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서 헛수고는 아니었다라고 말을 하더라.
어른이다. 마음에서 툭 뱉어진 말. 어른이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분명 어른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며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2일은 쉴거라고 했다. 그 쉼은 일을 하지 않고 놀다가 아니라 국가시험을 준비하는데 쏟아낼 것이고, 나머지는 일을 할거라고 했다. 힘들긴 해도 분명 그걸 이기면 뭔가는 남는거라며 조카들에게 말하는 그 여자선생님은 분명 어른이었다.


집에 와서 종일 그 나이어린 어른을 만나 나이만 어른인 나는 멍하니 내시간을 더듬거렸다. 분명 나도 참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매듭을 하나하나 매지 못하고 매듭앞에서 놓아버린게 많더라.
그래서 누구보다 못지 않던 내 수고로움과 노력이 스스로에게도 인정받지 못한건 아닐까.
 
2024년 2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렇게 꼬박 1년을 나이만 어른인 난 백수의 타이틀까지 거머쥐고 말았다. 분명 계획은 있지만 야무지게 매듭을 지어나갈 깡은 과연 있는걸까. 아니 있어야 하는데. 
바라는 매듭의 모양과 색은 있는데 그 매듭 매듭을 야무지게 만들어갈 깡이 없다니.
 
제법 추운 겨울밤을, 거센 추위와 눈이 예보된 전날,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그날.
주먹을 불끈 쥐며, 눈물 또로록 흘러 보내며, 난 해낼거야. 해낼 수 있어. 큰소리 치던 어린 내가 되어 나에게 말했다.
 
 
올해 난 어른으로서 첫해를 맞이해야지. 어른이 되어야지. 처음인 어른이 되어야지.
빠짐없이 촘촘하게 나를 채워야지. 그리고 이번엔 내가 원하는 색과 모양의 매듭을 꼭 지어야지.



 

 

어른이 처음이야(위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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