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철학N취향음악

검정치마 그늘은 그림자로

kind-blossom 2025. 2. 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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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은 그림자로(검정치마) <취향추천 뮤지크 열일곱번째>

 
밝음과 어둠, 이 두가지를 어설프게도 아니라 확연하게 가지고 있는게 나다. 학창시절에 나는 엉뚱하게 웃기고, 솔직하게 웃기고, 대놓고 웃긴 유쾌한 아이였다. 그리고 조용한 음악, 느린 음악을 좋아하고 조용히 혼자 책읽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던 조용한 아이였기도 하다.

성인이 된 나는 아니, 사회생활인으로서 나도 비슷했다. 사람들을 좋아해서 친절했고, 온화했다. 유쾌했고, 무겁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낯을 가리기도 하고 편하지 않는 사람과는 티안나게 피하는 방법을 여실히 알고 있는 사람이고 했고, 함께 하는 일보다 혼자하는 일이 더 편하고 쉬운 사람이기도 했다.
내 열정과 노력을 인정 받는걸 즐기기도 했지만, 큰소리로 나를 띄워대고 추켜세워주는 일들에는 질색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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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밝고, 누구보다 어두움을 가진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가 가진 어둠이 거슬리기도 했다. 한번 꺼지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이 아래로 아래로 파고드는 내 어둠이 난 불편했다. 그래서인지 어두운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아니, 어두움보단 상처나 아픔이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던게 맞다. 상처나 아픔은 분명 어두움을 동반할테니까.
 
밝음 보다 어둠이 더 전염되기 싶고, 나오기도 어렵다는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남들에게 밝음만은 보이게 하고 어둠은 감추고 싶었기에 스스로 잘 감추며 명랑하게 쾌활하게 살아간다 자부했다. 물론 나를 다 내보여되는 몇 안되는 친구들에게는 축축한 어둠을 보이긴 했지만. 아무 의미없는 소개팅을 나가야했던 어느날.
사람을 앞에 두고 멍하게 다른 생각들을 파고들던 내게 의미없는 그사람이 내게 말을 건넸다.
 

분위기가 남다른신거 같아요. 뭐랄까. 웃는 모습은 흔한데,
무표정 모습엔 남다른 분위기가 있어서
사람을 앞에두고 이리도 무심하게 딴생각을 해대는 여자가 있을까.
괘씸하다가도 그 모습을 한참 보고있게되네요.
 

그때 처음으로 나는 밝음이 아니라 어두운 내모습을 인정하게 된 것 같다. 아니 좋아하게 되고 더이상 감추지 않게 되었다는게 맞다.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누군가에 의해 그것도 아무 의미없는 누군가에게 알아주고 아껴준거에 대해서는 굉장히 미안하지만. 어찌됐던 그 의미없는 만남은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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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밝음과 어둠 그리고 어쩌다 오는 평온한 이도저도 아닌 희끄무레한 어느 지점에도 어슬렁대는 나이지만. 다 저문 시간, 축축한 음악을 들으며 그리 활기차지 않은 상상을 하는 이시간을 사랑하는 내가, 그 상상에서도 설렘이 공존할 수 있게한 그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좋은 오늘밤이다.

앨범재킷을 클릭하면 노래가 재생된다
검정치마 앨범재킷

 
앨범재킷을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해 노랠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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