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햇살이 따갑다. 이러다 결국 뜨거운 여름이 성큼 와서 나를 괴롭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여름부터 짱친이 마련해준 아지트 덕분에 추위도, 더위도 무섭지 아니하다. 그리고 마음이 평온하다.
작년 늦은 여름, 그 더위속에서도 투덜거리는 나를 부여잡고 하나하나 공간을 채우고, 입이 쭈욱 나와 있는 나를 다독이며 무드를 만든 나의 대단한 짱친.
어느 한사람에 나의 시간에 들어와 자리를 마련하고 존재감을 심어놓는다는건 엄청난 일이다. 오묘했고 아리송했다. 하지만 왜 그런거 있지 않나?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있고, 묵직한 고단함이 느껴지는 사람. 걸음에 힘은 있지만 그림자에는 여린 마음이 담긴 그런 사람.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 하나는 기꺼이 희생하며, 늘 괜찮다며 버티고 있는 사람. 휘청이다가도 다시 일어서 괜찮다고 우기며 자기의 것들을 지켜내는 사람. 자기의 꿈은 시들해질지언정
굉장히 단단해보이지만, 알고보면 아기 속살같이 여린 마음을 지녀, 그 마음 때문에 자기 시간에 자신의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어쩌면 사랑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촌스러우리만큼 세련미가 떨어지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만은 진국인 사람.
나에게 있어 아픔을 주기도 하고, 지우고 싶은 어느 한조각의 기억을 떠넘기도 했으며_ 아주 가끔은 나는 나는 이란 무수한 물음들을 주는 사람. 하지만 이렇게 흘린 말 한마디를 눈앞에 떡 내미는 섬세함과 내 한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정함과 좋아하는 것들을 더 좋아하게 하는 힘을 주는 사람.
아무 말없어도 위로가 되며, 재잘거리는 수다에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평소 즐기지 않은 음식들도 좋아하게 만들고 생경했던 것들을 엄청난 감흥으로 되돌려주는 사람.
조용하고 아늑한 아지트에서 나즈막한 음악을 들으며 우리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끝내 토해내지 못한 말들로 이제야 정리를 하고_ 미안함에 숨겨둔 미안함을 건네며, 여기까지 함께 올 수 있던 서로의 노고를 칭찬하는 시간이 와주길.
오늘은 지난 시간들을 더듬으며 지난 시간 내가 너무도 좋아했던 탑골가요를 놓고 가야지. 누군가도 나처럼 어느 시간을 평온하게 더듬을 수 있게.
탑골가요, 애정하는 몇 곡 추천!
1. 장혜진 - 비가 내리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몰래 집 앞을 서성이다가
몇 시간 울다 하지도 못한 말들이 천번은 남아서
또 가슴에 차서 아플까 봐서 주저앉아서 그대를 보다
미안해 죄송하다구요.
2. 롤러코스터 - 유행가
그 까짓 거 사랑이야
이제 그만 잊어버려 가려거든.
아주 가오 눈물 따위 보이지 말고
그 까짓 거 미련이야 이제 그만 지워버려
가려거든 아주가오. 다시는 날 찾지말고
흘러내린 눈물이야.
유행가로 달래 볼 테니
가려거든 아주 가오.
다신 뒤돌아보지 말고.
오 사랑이여 안녕
3. 유희열 - 여름날
바람 결에 실려 들려오던 무심히 중얼대던 너의 음성
지구는 공기때문인지 유통기한이 있대
우리에게도 그래서 끝이 있나봐
혹시 어쩌면 아마도 설마 매일 매일
나 이런 생각에 빠져
내일이 오면 괜찮아지겠지
잠에서 깨면 잊지말아줘
어제의 서툰 우리는.
4. 조규찬 - 잠이 늘었어.
음악이 좋아 함께 듣던 노래도 처음 만난 그 날도
무심히 지나가 요긴하다며 너의 선물도 써.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너의 사진에 무표정 해 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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