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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인디 취향추천 뮤지크 | 달해, 한낮의 달을 본 적 있나요

kind-blossom 2025. 4. 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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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부터 몸이 묵직함을 느꼈다. 심한 몸살 감기 전야처럼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고,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면 가장 빨리 반응하는 편도염으로 목이 아파왔다. 으슬으슬 추웠고, 머리가 아팠다.

일을 그만 둔 이유 중 큰 이유 하나가 건강이었다. 생각보다 많이 망가져있던 내몸을 더이상 모른체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더이상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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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위해서 나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여전히 뾰족했고, 예민했으며 쉽게 진정되고 평온함이 오지 못했다. 외부탓이 아니라 이제는 내탓이었다. 

다듬어져야 하는데 억울하고 화가 났다. 분명 그때 내가 했던 선택이었는데_ 그랬었다. 

 

봄이 가고 여름, 가을이 오고 겨울이 기운이 올때 쯤 하나하나 자리를 찾아갔고 해가 바뀌었다. 

세상만사 아무 근심이 없어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마만의 느껴본 평화로움이었는지 모른다.

 

제자릴 찾아야 하니까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다 보면 긍정적임도 있지만, 그때는 놓쳤던 것들을 헤집다 보니 또 아문것들이 불쑥 튀어나와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그냥 둘까 싶다가도 언젠가 또 나를 놀랠킬 것 같아 그래, 그래도 여유가 조금은 있을 지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고 있다.

 

더 깊어지지 않아서, 덜 커서 여전히 미움이 있고, 억울함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다른 선택에 눈길이 가고, 그렇지 못한 마음에 아픔의 결이 분명 잡힌다.

 

혼자서 커가는 성장통인가, 아니면 뭔가 결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이 내위에서 나를 넘어서 버린걸까.

 

벚꽃이 이렇게 흩날리는데 나를 보듬일이건, 뭔가를 제자리에 두는 일이건, 그리고 지금 벌려 놓은 일이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쉬어볼까 싶었다. 그렇다 물론 온전히는 되지 못하겠지.

 

지저분한 방이 보이면 몸을 일으켜 청소를 할테고, 그걸 하고 나면 밀린 빨래를 볼테고_ 그러다보면 여전히 아이같은 조카들이 눈에 밟혀 뭐라도 같이 해보자 기웃거릴테고_ 그러다 어느새 늙어버린 부모님이 눈에 밟혀 뭐라도 손을 걷어붙일테고. 그럼 날이 저물어버릴테지.

 

그래도 내일은 느슨해져야지. 늘어져야지. 하얗게 되어야지. 게을러지고 나태해져야지. 다짐하는 밤.문득 생각나는 달해의 노래를 놓아놓고 간다. 

 

달해, 한낮의 달을 본 적 있나요

 

달해 앨범재킷
달해 앨범재킷

 

(달해 앨범재킷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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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달을 본 적 있나요
휘영청 빛날 수가 없어요
우리의 지금은 마치 내일 같고
연연한 기억은 오늘에 살아
간밤의 어스름은 하늘이 되고
떠돌던 마음이 은하수 되어
어둠은 촘촘히
나를 슬픔으로 채우지만
또 웃고, 웃고
부서지듯 또 흘러가듯
모든 것은 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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