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과 주말, 여기저기 반팔에 반바지가 보여도 고개 까닥여지던 포근한 오늘이었다.
아침에 나름대로 늦잠을 자고, 오랜만에 조카들 수영하는 것도 봐주고, 함께 중국집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어주고, 집에 돌아와 여기저기 청소도 좀 하고_ 볕이 아까워 청바지도 빨아 널어뒀다.
그리고 널브러져 핸드폰 속 세상에 입장을 했다. 핸드폰 속 세상 사람들은 월 천만원 이상을 버는사람이 왜이리 많을까. AI와 파트너가 되어 하루 5시간도 채 안되는 시간에 그럴 듯한 결과물을 얻어내어 엄청난 돈을 벌어간다는데, 좋은 세상이다 입을 쩍 벌리기엔 뭔가 짙게 드리워지는 허무함이 놀라움을 압도한다.
티스토리 글 하나를 쓰기 위해서 제목을 고민하고, 그에 맞는 소제목을 생각해서 글 구성을 고민하며 그에 맞는 자료수집과 사진도 챙겨야 한다. 집중해서 쓴다고 해도 1시간. 많게는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다른 SNS도 마찬가지다. AI가 그려주는 이미지들, 영상들이 그리도 쉽게 빠르게 이뤄진다고 하는데_ 나는 무엇하나 시작하는게 두렵고 어렵다. 색감을 생각해야 하고, 구성들을 고민해야 한다. 가독성과 자료의 신뢰도도 챙겨야 한다. 근데 누군가는 여러개의 결과물을 완벽하게 내가 글을 2개정도 쥐어짜서 써낼 때 10개 이상의 결과물을 얻는다니. 그걸 사람들이 열광하고 높은 수익이 되어 온다니.
속된말로 부아가 치민다. 길어지는 글들을 읽는 것보다 짤막하게 요약된 글을 읽는게 편한 시대. 근거를 찾는 것보다 쏟아내는 것들을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세태. 그 기류를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것인지, 이제 성실함까지 무능력으로 치부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속상하고 억울한 오늘이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나는 나만의 기류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으나 너무 도태되지도 않은 상태로 단단하게 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문득 재즈가 생각났다. 그래 어쩌면 재즈의 리듬이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재즈의 리듬 핵심인 스윙이 필요하다. 밀당 리듬이랄까. 하지만 당기는 감이 분명 더 크다. 그러다 튕기지 않고 스을쩍 놓아주는 묘미가 있다. 강한 세상에는 싱코페이션이 답이다. 약박. 강에 강은 부러진다. 그렇게 나의 색과 기류, 리듬을 찾다보면 어느새 같고 비슷한 모양들이 모여 폴리리듬이 생긴다. 여러개의 리듬이 동시에 겹치는 기법.
누가 잘되어 배가 아파하는 못난 사람이 되지 말자. TV에서 누군가 그랬다. 좋은 것이면, 그게 진짜 좋은거면 누구에도 알리지 않는다. 쉬운 것은 누구든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며 그건 그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시 종이 냄새 폴폴 나는 책을 읽어야 한다. 툭툭 치면 촤락 나오는 것은 참된 지식과 메시지가 아니다. 예술을 가까이 하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들로 채워야 한다.
오늘은 짧은 재즈 지식으로 역시나 미비한 재즈곡이지만 내가 마음 한켠에 꼭 쥐고 있는 재즈 곡을 놓고 갑니다.
혹여 어수선함이 있을 때 재즈는 그 하루에 예상하지 못한 힘을 줄거니까요. 모두의 주말이 예상하지 못한 좋은일들로 풍요로워지길.
무료한 주말, 인생을 위로하는 감성 재즈 플레이리스트
1. Misty - Erroll Garner
느리다. 이 곡은 대학교 때 어떤 교양과목을 들었을 때 알게 된 곡이었다.
자유로운 루바토를 많이 사용된 음악. 아마도 작곡을 한 사람이 노랠 불렀으니 얼마나 이 노래에 대해 잘 표현했겠는가. 원래는 연주곡으로 작곡되었으나 많은 가수들이 보컨 버전으로 많이 불러졌다는 이 곡. 눈을 감고 들어보면 내 의식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다.
2. So What - Miles Davis
모달 재즈. 코드 진행 디신 모드라는 음계를 사용하여 연주는 재즈 스타일. 기존의 즉흥 연주 방식과는 달리 특정 모드에 기반여 연주자가 자유룝게 멜로디와 하모니를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재즈. 마일스 데이비스의 앨범에 의하 50년대 후반 대중적으로 알려졌다는 모달 재즈.
나만의 모드로 자유롭게 하지만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이곡은 감히 제격이다라고 생각한다.
3. St. Thomas Sonny Rollins
색소폰이 이리도 매력있는 악기였던가. 당신이 만들어낸 곡에 연주를 하게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블루스와 라틴 리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하드 밥 장르로서 경쾌하면서도 뭔지 모를 긴장이 드는 느낌. 웅장하게 재밌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4. Take Five - Dave Brubeck Quartet
많이 알고 있는 재즈다. 잔잔하게 울리는 반복적인 패턴의 드럼 소리와 알토 섹소폰 연주가 경이롭도록 아름답다. 재미있는 아름다움. 지루하지 않은 아름다움. 노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 아니라 같은 노선이지만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지는 느낌이랄까.
5. Let’s Fall in Love - Diana Krall
현재 재즈 보컬리스트 중에 영향력 있는 인물 중에 하나. 적당히 허스키한 보이스, 그리고 피아니스트 다운 현란한 피아노 연주. 네. 나는 당신의 연주와 보이스에 사랑에 빠졌어요.
6. Beyond the Sea - Bobby Darin
원곡은 프랑스 곡 "La Mer".
팝 음악의 대중성과 재즈의 음악적 요소를 결합한 장르, 팝재즈 중에 한 곡이다. 그래서 다른 재즈보다 듣기가 수월하게 느껴진다. 또한 10명 이상의 대규모 악기 편성으로 연주하는 재즈 스타일, 빅밴드 장르이기도 하다. 그래서 연주들이 진짜 풍요롭다. 팝재즈는 다양한 장르와 융합을 시도하는 성격인 반면, 빅밴드는 전통적인 재즈 형식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규모 악기 편성으로 하는 연주라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어 20세기 중반만큼 많은 빅밴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양한 악기가 있는 만큼 정교한 편곡이 필요로 하며 그래서 어느 재즈 장르보다 음악의 예술성을 높이기도 한다.
7.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 Julie London
많은 보컬이 불렀지만 미니멀한 편곡이 도드라진 이곡이 나는 굉장히 좋다. 하지만 다른 보이스로 듣게 되면 또 이런 느낌이 아니다. 쳇베이커, 미국의 전설적인 재즈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 이사람이 부른 위곡은 또 다름이 있다. 아마도 좋은 곡은 어떤 사람을 만나는가에 따라 다양한 색감과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다양한 색, 느낌, 그리고 매력을 가진 이곡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 유연함 하지만 이 곡만이 가진 리듬의 중심은 잃지 않은 올곧음. 쳇베이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남겨본다. 혼자 듣기 아까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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