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랑(검정치마)
연애의 사전적 의미는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으로 정의내려져 있다. 국어사전은 군더더기 없는 말뜻의 풀이라고 하지만 너무 혹독하게 정의내려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반면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적혀 있다.
저걸 확인했던 것은 내나이가 20살. 나는 고등학교 시절 영어사전 만큼 국어사전을 굉장히 즐겨 보았다. 빤히 알고 있는 단어도 찾아보면 마음에 찌릿하고 전기가 올만큼의 풀이를 확인할때면 그렇게 행복했다. 근데 이십대가 되면 나도 남자친구를 만들어야지, 연애를 해야지란 치밀한 계획을 세우다 사전을 보고 이건 아니다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연애의 경험을 통해 사랑을 완성해 가는거다. 무던히도 가볍고, 어리며, 얕은 다짐이었다. 그래서일까. 내연애사는 너무도 짤막하게 가벼웁게 시작과 끝이 맺어졌다. 아마도 연애라는 가벼움에서 시작된 나의 얕은 사고가 나의 반짝이는 이십대의 연애를 그리 만들었다는 생각에 사뭇 내자신에게 미안해질 때가 있다고 할까.
나 그리고 친구 그다음이 남자친구라고 서열을 정해놓고 그렇게 사유하고 행동했다. 상대방의 서운함과 진지함은 나에게 부담이 되어 왔고 피하고 싶은 무엇이 되어서 이별을 고하는 절차를 반복했던 것 같다. 친한친구들은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냐고 했고, 혹자는 냉혈인간이라는 평을 했었다.
아무렇지도 않았던건 아니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은 나에게도 혹독한 날들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밝고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그건 가오가 아니었다. 끝을 얘기한 인간이 힘들다라고 하는건 희대의 꼴값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내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혹독한 사람들의 야유를 감내했던 것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감히 그럴 수 있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나의 최선이지 않을까 싶었다. 짧았지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연애를 했다. 나를 지키면서도 내감정에는 솔직했다. 돌려말하지 않고, 괜시리 자존심을 내세우지도, 뱅글뱅글 말을 돌려 헷갈려하지도 않게 늘 솔직하게_
내가 착한남자 복이 있었던건지 나는 아픈 기억 하나 없이 이십대 연애사를 마감했다. 그들은 늘 시간이 지나서 안부를 전할 때 비슷한 맥락으로 했던 말들 중 하나. 사랑할 때든 이별할 때든 헷갈리지 않고 명확해줬던 것에 고맙다는 것이었다.나에게 있어 그건 최고의 찬사였다.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최고의 여자친구였다라는 해묵은 거짓부렁이 아니라 딱 좋은 표현이었고 꽤 마음에 든 최후의 평가였노라.
하지만 삼십대가 되면서 나에게 그나이에서 할 수 있는 묵직한 사랑이 참 낯설고 버거웠다. 진지한게 몸에 벌레 기어가듯 싫었고 연애 그다음의 사랑 앞에 늘 쭈뼛거렸다. 뭐든 자기가 한일에 업은 보로 돌아온다라는걸 여실히 느꼈던 시간이었다.
그때 내가 선택한 것은 도망침이 아니라 연애가 아닌 사랑에 어울릴만한 사람으로 나를 채우고 길러야겠다는 다짐과 막연한 노력이었다. 흔하지만 공감이 가는 말,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곁은 좋은사람으로 가득해질거란 따뜻한 끼리끼리 법칙.
안과 밖으로 좋은사람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던 삼십대. 그래서 누군가 내장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감히 좋은사람이라고 빤빤하게 말했다. 지금도 난 빤빤하게 좋은사람이 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위해서 소리없이 티안나게 무던히 노력중이고.
그렇게 사십대. 이번에도 여지없이 업에 보가 나타났다.
분명 연애보다는 사랑이 가까웠고,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걸 여실히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_ 힘들다 아프다 쉽지 않다라는걸 처음 느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사람이여야 한다는 생경한 확고함을 느꼈다. 누군가를 보지 못한다. 볼수 없다라는 이별 앞에서 누군가를 이별 안에 둔다는 것은 마음 한쪽이 잘려나가는 고통이라는걸 또렷하게 알았다.
글로서도 말로서도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안행복이 주식 그래프처럼 알수 없이 오락가락해대던 그 시간들을 지나서 나는 사랑이라는 것은 단순한 좋은사람으로서는 감당이 될 수 없음 알게 되었다. 또 하나가 필요했다.
후회하지 않는 사랑을 하는건 인생을 사는 것과 똑같다는 것.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를 살며 그순간을 충실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으로 채우는게 가장 현명한 사랑이라는 생각. 과거에 아픔이 툭툭 날 건들여서 휘청일 수 없게, 미래에 대한 불안이 푹푹 찔러대며 나를 실험하더라도 꼿꼿할 수 있게_ 지금 이순간에 아낌없이 충실하게 좋은사람으로 살아내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걸.
그렇게 나는 좋은사람과 가까워지는 노력과 현재를, 지금을 충실히 진실되게 살기위한 단련과 수련중이다. 그런 업들이 모이면 나에게 또다른 보가 오게 될테고, 나는 또 그렇게 업그레드 되어 좋은사람에게 더 가까워지고 그때의 지금은 더더욱 풍요로워지겠지. 오늘도 조잘조잘 내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마음에 쓰윽 밀어놓고 잘 새기라고 당부도 했다. 그런 밤이었고 그런 날이 오늘이었다.
마음껏 사랑해야지. 실컷 그리워해야지. 닳도록 아껴줘야지. 아낌없이 소중하게 생각해야지. 함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기적인 듯 지금을 살아내야지.
앨범재킷을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해 노랠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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