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철학N취향음악

짙은 여름밤

kind-blossom 2025. 2. 12. 12:36
728x90
반응형

 여름밤(짙은)

운명은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 적게는 수천만 많게는 4억 마리에 정자에서 25%는 유전적 결함이 있는 기형이거나 병든 정자, 75%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정자. 그 중에서 강한 산성에 강한 튼튼한 정자만이 그무엇을 통과해 약 7.5 센티미터의 자궁 입구를 무려 2시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그리고 나팔관 입구에 도착할 때쯤은 대다수가 장렬히 최후를 맞이하며 그 많던 숫자는 500마리 쯤이 최종 간택을 기다린다. 사흘동안 난자를만나지 못하는 그들은 안녕을 고한다.
그렇게 위대하게 태어난 우리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옷깃이 아니라 마음을 부딪히고 살갗을 부딪히며 나의 시간에 그사람을 두는 확률은 또 얼마나 희박할까.

반응형


만나야 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어 있고 헤어질인연은 무슨짓을 해도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말도 운명론에 하나일지 모르지만_ 나는 운명이라는 무섭도록 창대한 근거보다는 저렇게 희박한 존재들이 만나 소중한 시간 안에 서로를 허락하는 자체가 믿겨지지 않다는 것이다. 소름돋도록.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사라들고 호르몬이 어찌고 저찌고해서 싫증이 느낀다는 등의 말앞에서 나는 매번 운명보다는 우리가 태어날 확률부터 수많은 인간들 사이에서 너와 내가 우리로 만나는 확률을 되짚어 본다.
그래, 그렇게 만났으니까 죽어도 떨어지지마가 아니라 적어도 만나는 동안 우리는 우리를 하찮게 생각하지 말고,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우리로서 경이로운 확률로 만난 놀랍도록 이상한 우리지 아니한가.
예의를 지키며 소중하게 사랑하자는게다. 그러다 끝끝내 헤어져야 하는 어느 순간이 와도 구질구질 후회와 미련으로 모든 시간을 괴롭히지 말고 서로의 시간을 안타까워 하며 안녕을 고하자는 것.
(아, 안녕을 고하는 것 자체를 신중하게 해야 하는것을 잊지 말자.) 그래 그것부터. 떠난 후 구구절절한 이유로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이어붙이려 애쓰지 말고, 이 눈부신 무엇에 실례를 범하지 말고 끝을 맞이할때 어디서든 어떻게든 행복하길 바라는진심 하나면 되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위대한 인연을 보지 못하고 남이 된다는게 얼마나 애끓는 일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사랑에 예의를 지키면 이별에는 결례를 범하지 말자는 것. 함께였던 그사람이  사랑안에서 소중했다면, 떠나가는 그사람은 이별 안에서 사람 그자체로서 존중하며 보내자는 것이다.

728x90

그래, 곁에 두고자 함의 결정은 신중하고_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의 지금은 소중하게,
그리고 혹여 헛헛한 무엇들로 이별을 생각할 때는 냉정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이 코앞까지 와서 재촉한다면 우리의 모든 시간에서 가장 우수하게 예의있게. 

 
나만의 개똥철학을 음미했으니 지금의 지금을 소중하게. 내가 행해야 하는 소중한 시간 안에 콧노랠 부르며 떠올리고 있는 그에게. 짙은 여름밤 안에 예쁘게 함께 하고 있는 그에게, 나의 희박한 확률과 절묘한 운명인 그에게, 건배.
 

짙은 앨범재킷

 

앨범재킷을 누르면 유튜브로 이동해 노랠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728x90
728x90

'취향철학N취향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정치마 젊은 사랑  (4) 2025.02.15
좋아서 하는 밴드 왜 그렇게 예뻐요  (2) 2025.02.14
이오공감 한사람을 위한 마음  (0) 2025.02.09
기프트 내가 깨어있는 밤에는  (0) 2025.02.09
찬민 10월  (0)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