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인디 플레이리스트 | 비 내리는 주말, 장마가 머무는 주말
밤새 비가 내렸다. 자다 거친 빗소리에 몇 번 눈을 떴고, 그러다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보면 비가 잦아들었고, 나도 잠이 들었다. 새벽 6시쯤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는 누군가가 귀찮았는데 큰구멍을 뚫어 한꺼번에 촤락 쏟아버리 듯 비가 쏟아졌다.
잠에 깨서 창밖 너머로 쏟아져 내리는 비를 한참 봤다.
차박차박 내리는 빗소리가 주는 생각과 솨아악 내리 꽂다시피 하는 빗소리가 데려온 생각은 달랐다. 같은 비가 아니였고, 닮은 생각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 번 쯤은 쏟아내야지. 쏟아낸 것들을 주저앉아 하나하나 정리해야지. 버릴건 흘려보내야지. 모양이 뒤틀려버린 건 꼼지락꼼지락 다시 원래 모양으로 빚어봐야지. 그러다 에라이 모르겠다 싶으면 가차없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모조리 다 흘려버려야지.
그렇게 비가 잠잠해졌고, 잠잠해진 나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장마를 품은 토요일, 오늘 이렇게 비가 쏟아지면 가만히 앉아 나도 쏟아내야지. 비워내야지. 그러다 잠잠해지면 쏟아낸 자리를 깔끔하게 청소하고, 새로운 것들이 왔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잠시 조용해진 비를 틈타 빵을 사러나가며, 오랜만에 깨끗하게 목욕을 한 내차를 보았다. 장마가 지나면 너도 깨끗하게 해줘야지 하나하나 그렇게 무엇이든 비워내며 살아야지 담담하게 주절주절 눅눅함을 즐기며 그렇게 장마를 품은 토요일을 지내고 있다.
국내인디 플레이리스트 | 비 내리는 주말, 장마가 머무는 주말
윈위 - 비를 몰고 오는 소년
네가 보고 싶은 날에는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려.
비록 짧은 순간일지라도.
네 모습을 담을 수 있다면.
비가 떨어지네.
창밖을 보는데 이미 넌 날 기다리며 서 있어.
하늘에 빌었네.
널 놓치지 않게.
운명적인 만남 필연적인 사랑을 위해.
오소연 - 비오는 날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한다면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렇게도 좋더라.
내 맘은 벌써 널 사랑한다는데도
난 아직 몰라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카멜 - 비만 오면 가끔
비가 와서 걸었어.
익숙한 게 너무 많은 거리를
황홀했던 해 질 녘은 온데간데없지.
어딜 봐도 없어.
예전엔 매번 그랬었고 요즘엔 매번 이러네.
잊어야겠단 생각보단 같이 걷던 우산 속을 생각하네.
친구들이 그랬어.
좀처럼 편해질 순 없다고.
비만 오면 가끔 이래 예전엔 매번 그랬어.
어딜봐도 없어.
장범준 -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
안녕이라 그 말은 하지 마세요.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 그냥 웃으며 걸어가요.
그만하자 그 말도 하지 말구요.
언젠간 다시 만날 텐데 그냥 웃으며 걸어봐요.
넌 어떤 맘으로 또 생각에 잠겨
이 길을 걷나요.
니가 원한다면 흐린 날엔 비가 될래요.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_
당신이 원하면 어떤 계절이라도_
추적이는 여름 비가 되어_
당신이 좋다면 어떤 모습이라도_
안녕이라 그 말은 하지 마세요.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 그냥 웃으며 걸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