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필요한 밤, 플레이리스트 5곡

위로가 필요한 밤, 플레이리스트 5곡
2014년 9월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 교사라는 길이 시작이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국어교과 담임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나는 작가겸 국어선생님이 꿈이었다. 3학년 담임에 대한 감정과 이미지로 인해 국어선생님, 아니 선생님이라는 자체가 나의 꿈에서 지워지고 없어졌다.
하지만 삶은 피한다고 피할 수 없는게, 기어이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게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교사의 길. 빠르지 않은 서른 중반에 새롭게 시작된 것들이 녹록하지 않았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그곳에서의 적응 또한 쉽지 않았다. 일은 낯설었고, 아이들도 버거웠고 관계 또한 어려웠다. 그때 삐죽거리는 나에게 다가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버벅거리는 날 챙겼고, 배고플까봐 내 밥을 챙겼다.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를 유심하게 가르쳐줬고 감흥을 주었다.
그렇게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곁으로 왔고, 부족한 나는 제법 교사 아니 선생님이 되어갔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탓에 자기일은 잘 해내는 사람으로서 버겁도록 많은 일을 군말없이 하는 사람이었고,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는 탓에 경력이 꽤나 있던 분들도 버거워하던 아이들을 잘 품는 속없는 선생님 또한 되었다. 모든 시간이 행복하다 였다면 거짓말, 하지만 그때 분명 나는 굉장히 반짝이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반짝이는 별도 진다고 하지 않던가. 아니 반짝이는 것들에는 그 반짝임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꼭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사사건건 나를 막아서고 어깃장을 놓던 그사람과는 더이상 있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때 내옆을 지키던 사람보다 그사람이 크게 느껴져 그곳에서 도망을 쳤다.
모두가 인정하는 합리적인 도망. 그때 내가 정의내렸던 나의 결정의 이름이었다.
도망을 쳤으니 그곳에서는 행복하길 바랐지만, 매듭을 짓지 않고 무작정 도망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았다. 그렇게 나는 오늘 누구보다 하늘이 무너졌을 내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위로하러 나섰다. 그곳에는 반짝이던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나를 반겨주었다.
나의 안부를 알고도 묻지 않는 사람, 아니 안부보다 나 그자체를 반겨주던 사람 앞에서 마음이 참 먹먹했다. 한동안 사람을 싫어하고 멀리하던 내가 참 어색했던 시간이랄까. 그래. 난 참 사람을 좋아하기도 한 사람이었지.
위로가 필요한 그사람에게는 어떤 위로도 없이 함께 눈물을 흘려주는 것 뿐. 나는 알고 있었다. 태산같은 이별앞에서는 어떤 위로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걸. 그 태산은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버티고 있는다는 걸. 다만 시간이 지나면 난 그 태산이 만들어낸 그늘에서 잠시 쉴 수 있는 깡이 생기는 것 뿐이란걸.
내가 잊고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해주던 사람들_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한번씩은 마음 헛헛할 때 우리가 함께 했던 시절은 참 좋았노라 회상할 수 있다는 그사람들에게 나는 작은 울림같은걸 느낀 것 같다.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데, 도리어 내가 작은 위로를 받고 온 격이다.
"조금만 참지. 가지 말지." 그말들이 참 오랫동안 귀에 뱅뱅 돌았던 오늘이었다. 제법 찼지만 그래서 상쾌하게 느껴지던 오후. 과연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잘가고 있는지, 너무 귀를 닫고 한쪽만 보며 고집스레 가고 있는건 아닌지.
그래, 그때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 그때 나왔더라면 더 나았을거야. 란 후회를 했을테지. 그래 무얼 선택해도 비슷한 크기만큼의 아쉬움이나 후회는 있을테지. 어찌됐건 엎지러진 물은 담으려도 말고 한 입 먹으려도 말고, 새물을 떠서 맛있게 먹으면 되는거지.
받았던 위로는 바람이 휘익 날아가고 오랫동안 헛핫하고 공허한 마음에 여기저기 휙휙 휘청휘청 다녔던 오늘 하루. 위로가 필요한 오늘, 그냥 그런 오늘 플레이리스트 5곡. go.

1. 최유리 - 가벼운 꿈
나는 무거운 꿈을 꾸던 그날을 잊은 채
다시 한번 잠에 들어봅니다
여전히 나는 깊은 잠을 자진 못하지만
이 정도라면 다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이젠
자다 보면 언젠가는 웃으며 일어나는 하루가 있어
그 하루에다 나는 온갖 마음을 담고 일어나
잠이 온다 이제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겠지
이 정도 아픔은 다 가질 거야
별거 아닐 거야 난 다시 좋은 잠에 들 거야
그땐 뭐가 무서운지도 몰라
2. 송소희 - Not a Dream
마음을 놓아
이곳에서 날 불러
눈물은 닦고
달려온 나의 저 길을 바라봐
아냐 잠시
들뜬 사이
가라 말할까 두려워
하나 마음에 숨이 불어
하나 바람 온도를 느껴
아- 그래 내가 바란 거야
마음을 놓아
이곳에서 날 불러
눈물은 닦고
달려온 나의 저 길을 바라봐
3. 오왠 - 무지개는 있다
익숙하게 내려놓은 믿음
무덤덤히 쌓여가는 변명
세상 닮은 나를 조각하고
내 모든 걸 깊이 맘에 묻어두고
붉게 물든 저녁 노을빛 어딘가
단단하게 굳어버린 내 그림자
꺼질 듯한 하루하루를 견뎌보면
소망 같던 꿈에 가까워질까



4. 백아연 - 당신의 밤이 그만 불안하기를
돌아보면 캄캄했던 시간도 버텨왔잖아
지금에 넌 더 빛나는 순간이 가득하잖아
이제 외롭지 않아 이 밤은
길게 뱉은 한숨에 멀어져가는 불빛
지친 내색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이 밤
토닥토닥토닥 너를 위한 내일은
돌아보면 캄캄했던 시간도 버텨왔잖아
지금에 넌 더 빛나는 순간이 가득하잖아
이제 외롭지 않아 이 밤은
요동치는 마음 사그라들어 가라앉을 때까지
피우지 못한 꽃이 피는 순간까지
시끌벅적한 하루 끝 무렵 짊어진 짐 다 내려놓고
편히 울어도 돼 이젠
5. 옥상달빛 - 떠날 수 있을까
모든 게 그대로 그 자린데
변한 건 너 없는 빈자리뿐
변한 건 너 없이 찾아온 겨울
난 떠날 수 있을까
텅 빈 집 돌아보면
한참을 머뭇거린다
난 난
떠날 수 있을까

